대학로 쇳대박물관 ‘남자를 위한 장신구’ 展
남자가 화장을 하거나, 피부를 가꾸거나,
또 귀고리 등 장신구를 착용하는 게 일상화되고 있다.
한때 남자들의 이런 행태는 ‘남성의 여성화’란 정의 아래
많은 거부감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대척점에서의 남성이 아니라,
그저 한 인간으로서의 개성표현이란 분석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젠 상당히 용납되는 분위기다. 남자냐, 여자냐는 성적 측면보다
한 개인으로서의 특성을 강조하는 시대분위기를 반영한다.
남성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 등을 다시 생각케 하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12월1일부터 열흘간 서울 대학로 쇳대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남자를 위한 장신구’전이다. “국내 최초의 남성을 위한 장신구전”이라는
수식이 우선은 관심을 끈다. 여기에 아직 시대변화를 온 몸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남성들에겐 남자, 장신구라는 두 단어가 함께 묶여있다는 사실도 눈길을 잡는다.
전시회에는 남성용 장신구를 중심으로 패션상품 등 모두 200여점이 선보인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반지 등의 일상적 장신구는 물론 남성이나 인체를
조형적으로 표현한 개념적 장신구, 가방이나 모자 등 패션용품이다.
장신구 작가와 패션디자이너 등 초대작가 37명,
국민대 대학원 금속공예과에서 수학중이거나 졸업한 젊은 작가들의 모임인
알케미스츠(alchemists) 회원 41명이 작품을 출품한다.
전시 기획자인
전용일 교수(국민대)는 “남성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문화적 시각의
변화를 담아내고 또 그 변화에 부응해보고자 하는 전시회”라며
“액세서리 개념만이 아니라 남성의 상징,
아이콘으로서의 기능을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브로치를 직접 출품한 작가이기도 한 전교수는 또
“출품 장신구는 귀금속, 보석 등의 기존 장신구 개념보다는
상업주의에 일정부분 비판적인 공예작가들의 창작품 전시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개막일에는 ‘특별한 모델’들이 출품작을
착용하고 보여주는 이벤트도 열린다. 출품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착용한
아버지나, 동생, 남자 친구, 전문 모델을 초대해 무대에 세우는 것.
금속공예작가로 잘 알려진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부인 리사 버시바우는
자신의 작품 모델로 버시바우 대사를 내세울 예정이다.
고대사회에서 장신구는 남녀라는 성적 차이가 아니라 신분이나 지위,
주술적 의미로 활용됐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의 구별이 강조되면서
여자의 전용물로 여겨졌고, 이제는 남자 자신의 정체성이나 개성의
표현물로 대접받는다. 전시회는 남성의 소비를 부추기는 상업주의의 편승이란
지적을 받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남성성에 대한 인식의 확산은 물론
다양한 자기 표현방식의 아이디어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장신구·패션 업계 관계자들로선 작가들의 창작품을 통해
신선한 아이디어를 챙길 수도 있다.
<출처_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