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한국 디자이너들 해외 공모전 적극 참여해야”
머나 데이비스 ‘아트 디렉터스 클럽’ 위원장
뉴욕에 본부를 둔, ‘아트 디렉터스 클럽(ADC)’의 머나 데이비스(Davis·70·사진) 집행위원장은 인터뷰에 앞서 한글로 자기 이름이 찍힌 명함을 쑥 내밀었다. “출장 중에 만나는 사람들이 내 이름을 쉽게 읽었으면 해서 한글 명함을 찍어왔다”고 했다.
ADC는 1920년 광고 등 상업 미술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다. 매년 잘 만든 광고를 뽑아 상을 준다. 이 분야에서 제일 오래된 단체다. 팝 아트의 거장인 앤디 워홀도 상업 미술가로 활동하던 청년 시절, 이 단체 회원이었다. ADC상은 광고·그래픽·사진·일러스트레이션·인터랙티브 미디어·하이브리드 등 총 6개 부문이다. ADC는 매년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브라질·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 등지에서 ADC상 수상작 순회 전시를 연다. 16일 서울 대학로의 제로원 디자인센터에서 개막한 ‘뉴욕 ADC 85’전도 그 일환이다. 데이비스 위원장은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데이비스 위원장은 “위원장 취임 후 13년간 쭉 지켜봤는데,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세계적인 기준에서 봐도 재능과 감각이 뛰어나다”고 했다. “그런데도 ADC 등 해외 공모전에 잘 참여하지 않아 안타까워요. 적극적으로 작품을 내면 수상자를 많이 낼 수 있을 거에요.”
그녀는 “수많은 광고가 명멸하지만 대부분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며 “특정 광고에 대해 사람들이 서로 얘기를 하고 논쟁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즉 ‘토킹 포인트(the talking point)를 면밀히 살펴보라”고 했다.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광고는 그저 말쑥하고 세련되고 아름답기만 한 광고가 아니라, 화면(visual)을 통해 보는 이에게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광고들입니다. 그러려면 ‘좋은(good)’ 아이디어가 아니라, ‘좋은 것을 넘어서는(beyond good)’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는데, 때로는 논쟁을 감수하는 모험정신이 필요합니다.”
데이비스 위원장은 한국 상업 디자이너들이 뉴욕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유머를 십분 활용하라”고 충고했다. (02)745-2490
출처: 조선일보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