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인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ADC(Art Directors Club)상. 1920년 산업 디자이너들이 만든 ADC에서 매년 시상하며, 주요 수상작들은 ADC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린다. 지금까지 국내에 몇 점씩만 소개됐으나 올해에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국민대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4월 15일까지 120여 점의 수상작이 선보인다.
수상작들은 그래픽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광고 등 대부분 대중적인 분야여서 어렵지 않다. 미국 최고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히는 크리스 웨어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연재하는 만화 ‘퍼니 페이지’, 뉴욕에서 혁신적인 디자이너로 불리는 스테판 사그마이스터가 만든 독특한 카탈로그 ‘애니 콴 브로셔’ 등이 먼저 눈에 띈다.
시사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토미 리의 ‘히로모이즘’은 배트맨과 마오쩌둥을 나란히 놓은 포스터다.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영웅은 ‘마오’나 ‘공산주의’가 아니라 만화 속 캐릭터”라고 디자이너는 꼬집는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는 디자인 공모전에 출품하는 것은 물론 전시회에 선보이는 것도 금지됐다. 하비 니콜스의 ‘캘린더’는 명품의 시대 이른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을 갖기 위해 감당해야 할 희생을 꼬집었다. 첫날 사진은 멋진 구두지만 나머지 30일은 똑같은 구운 콩 사진이다. 구두를 산 뒤에는 한 달 내내 콩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상을 받은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선보인다. 올해는 재미교포 심예린 씨가 ‘클래스 매터스’로 그래픽디자인 부문 금상을 받았다. ‘클래스 매터스’는 평범해 보이지만 제본 방식이 독특한 한 권의 책이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종이가 우산처럼 공중에 머물렀다가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모른다. “불편하지만 계급 문제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심 씨가 밝혔듯, 주제 의식이 묵직한 작품이다. 02-745-2490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